00:00자극적이고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.
00:04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짧은 글귀가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습니다.
00:09정보의 홍수 속에서 거리의 문장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까요?
00:15조용히 우리의 발길을 멈춰 세운 한 문장의 힘, 바로 알아봅니다.
00:22휠세 없이 화면이 바뀌는 디지털 전광판 아래.
00:26오늘도 시민들은 어딘가를 향해 길을 재촉합니다.
00:30빠르게 흘러가는 도심의 일상.
00:33빌딩 외벽에 붙은 시 한 구절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풍경입니다.
00:39그런데 그 낯선 정적이 시민들의 눈길을 순간 사로잡습니다.
00:44딱 프린팅된 짧은 문구가 오히려 그래서 좀 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더 길게 사람들에게 좀 생각을 하게 한다라는 느낌 받았습니다.
00:53지난 1991년부터 36년째 한 기업의 사업 건물에 내걸린 광화문 글판.
01:02자세히 보아야 예쁘다.
01:04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.
01:06너도 그렇다.
01:07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서른자 안팎의 문구가 계절마다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.
01:16꼭 정해진 목적지가 아니라 일부러 틀어서 갈 때가 가끔 있는데 예상치 못한 기쁨들이 있었었던 것 같아요.
01:26그런데 저 글귀도 마찬가지로요.
01:28누군가의 마음을 잠시 붙잡는 이런 문장들은 공공부문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.
01:37정책을 홍보하거나 기념일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 희망과 위로를 건네는 문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.
01:44시민들도 글귀를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도심 속 문학 공간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.
01:50실제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꿈 세김판 문안 공모에는 매회 1천 건 안팎에서 많게는 2천 건 넘는 창작 문구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.
02:03광화문 글판 역시 최근 4년 기준 접수때마다 평균 2천 건의 글이 모였습니다.
02:11대형 건물 외벽을 바라보던 시선은 이제 지하철 승강장과 버스 정류장처럼 우리 삶과 더 가까운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.
02:20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.
02:40쉴 새 없이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.
02:44사람들이 이런 글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요?
02:47쇼폼과 SNS 등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
02:53일종의 정서적 쉼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우선 나옵니다.
02:59디지털 기기 사용이 많아질수록 아날로그 활동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
03:04응답자의 70%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합니다.
03:10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반작용으로 내가 통제할 수 있거나
03:16느리고 확실한 이런 경험에 대한 갈등이 함께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
03:20알고리즘이 추천한 게 아닌 길에서 우연히 접한 글에
03:25자신의 처지와 감정을 투영해 위안을 찾는 측면도 있습니다.
03:31거울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.
03:33심리 상태에 맞게 그 텍스트가 움직여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.
03:37그것이 문화기 또 힘이죠.
03:39무심코 만나 가슴을 두드리는 거리의 문장.
03:42그 짧은 글귀가 일깨우는 건 사람들의 시선 너머
03:47잊고 지낸 삶의 여유일지도 모릅니다.
03:51YTN 강진원입니다.